월든(완결판)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월든』. 미국의 소로우 학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약 400여 곳의 단어 및 문장을 수정한 개정판이다.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 책으로, 저자가 1845년부터 2년간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경험을 기록하였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월든 호수 및 주위 숲의 모습, 또 그 속에 사는 온갖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1.08.22

📚 이 책을 고른 이유

[이 부분에 책을 선택한 개인적인 맥락이나 기대를 작성합니다]

Claude와 대화하다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Claude는 여러 권을 추천해줬는데, 나는 그중에서 '월든'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Claude가 짧게 설명해준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실제로 '월든'이라는 호수에서 2년 동안 살았다. 거의 무일푼으로 호수에 들어갔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얼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실험하고자 호수에서 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존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생존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월든으로 향했다.

톨스토이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들고 찾아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질문을 가지고 월든 속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찾아갔다.

 

💫 인상 깊은 구절들

사랑보다도,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나는 진실을 원한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60p 
“자기 내부의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하게 되는 태도를, 그것이 어떠한 것이건 간에 견지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을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여러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으며, 그것은 훨씬 불명예스러운 일인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9p
못을 완전히 다 박고 그 끝을 성심껏 구부려 밤중에 혹시 잠을 깨더라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라. 그 일을 위해 詩의 신을 불러도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그 일에, 오직 그런 일에 신은 당신을 도울 것이다. 당신이 주체가 되어 일을 해나가되, 박는 못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기계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대갈못이 되도록 하라.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60p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여기에는 맑은 눈과 굳건한 용기가 필요하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5p
진실로 바라건데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5p
자기 내부의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하게 되는 태도를, 그것이 어떠한 것이건 간에 견지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8p
나는 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고 엄격하게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했다. 수풀을 폭 넓게 잘라내고 잡초들을 베어내어 인생을 구석으로 몰고 간 다음에,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압축시켜서 그 결과 인생이 비천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비천성의 적나라한 전부를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며, 만약 인생이 숭고한 것이라면 그 숭고성을 스스로 체험하여 다음번의 여행 때 그에 대한 참다운 보고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48p

 

DALL-E, 착각하지마, 삶은 비싸지 않아


💭 나의 사색

사람들은 생존에 진실로 필요한 요소들이 아닌 것들 때문에 평생 거짓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있으면 편하거나 좋지만, 없어도 생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들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보기는 커녕 그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 한 채 죽는다. 맙소사.

그럼 월든을 통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하면 어떨까. 2개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식주에 얽혀있는 거짓들을 제거해라. 그리고 내면을 탐험해서 진실을 발견해내라. 거짓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정말 필요한 것들로 응축된 요소들만 가져라도 아닌 것 같다. 만족하는 삶을 살아라도 아닌 것 같다.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없애라도 아닌 것 같다. 의식주의 본질을 보라는 것 같다. 먹고 마시고 입고 거하는 것의 표면에 머물지 말고 그 껍데기를 꿰뚫어 본질을 봐달라는 것 같다. 그 본질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나의 본질을 깨닫는 여정을 시작하라는 것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을 통해 “사랑보다도,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나는 진실을 원한다.”고 말했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그의 일, 삶의 방식, 가족, 사회적 및 직업적 이해관계 역시 모두 거짓일 수도 있었다. “고 말했다. 이에 더해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자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 싸우려고 했던 눈에 띄지 않았던 충동, 그가 즉시 억눌렀던 그런 충동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전부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사랑보다도,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나는 진실을 원한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60p 
그의 일, 삶의 방식, 가족, 사회적 및 직업적 이해관계 역시 모두 거짓일 수도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윤우섭 옮김, 현대지성; 33p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자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 싸우려고 했던 눈에 띄지 않았던 충동, 그가 즉시 억눌렀던 그런 충동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전부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윤우섭 옮김, 현대지성; 33p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 한 내 안에 숨겨진 진실은 뭘까. 그 진실이 하늘 위에 떠있는 가장 큰 별이라면 그 별을 따라 가야하고, 그 진실이 지도라도 그 지도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 의무일 것 같다.

“자기 내부의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하게 되는 태도를, 그것이 어떠한 것이건 간에 견지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나의 의무를 다하는 것. 지도가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 북극성이 있는 곳으로 항해하는 것. 그것이 마땅히 살아내야 하는 삶이 아닐까. 그것이 이반 일리치가 죽기 직전에 보았던 빛이 아니었을까.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고명환 작가의 삶이 그러하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성찰해서, 마침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던 거인을 깨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고명환 작가가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그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따라보자. 먼저, 나는 본질에 충실한 식사와 의복 그리고 거주지를 영위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나는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어야만 만족하는가. 나는 남들이 먹는 음식을 먹지 못하면 조급함을 느끼는가. 나는 남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음식 사진에서 부러움을 느끼는가. 나는 남들이 얘기하는 요즘 유행하는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을 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드는가. 소외를 느끼는가.

다행히도 전혀 아니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 매일 다른 음식을 먹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 한다.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다. 유행하는 음식 따위 관심도 없다.

그럼 비싼 옷을 입어야만 만족하는가. 남들은 다 입는 옷을 입지 못하면 소외된 느낌을 받는가. 남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옷 사진에서 부러움을 느끼는가. 나는 남들이 얘기하는 요즘 브랜드의 옷을 입지 못 했을 때 뒤쳐진다는 생각을 했는가. 소외를 느끼는가.

다행히도 전혀 아니다. 10년 전에 샀던 옷을 아직도 입는다. 요즘 유행하는 옷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다.

그럼 강남 아파트에 살아야 만족하는가. 남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살지 못하면 소외된 느낌을 받는가. 남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급 주택에서 부러움을 느끼는가. 나는 남들이 얘기하는 상급 주거지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소외를 느끼는가.

어느 정도 그런 것 같다. 부의 척도여서일까.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도 그런 집 없이도 잘 살아있지 않은가. 굳이 그런 아파트가 필요할까. 그런 곳에 살면 아마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시선은 좋을 것 같다. 혹시 내가 그런 아파트에 살 수 있는 부유함을 부러워 하는게 아닐까. 그런 것 같다. 그 아파트가 좋아서 부러워한 게 아니라, 비싸서 부러워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재산을 모으면 그만 아닌가. 그렇다면 주택의 용도로만 봤을 때는 굳이 그런 아파트에 거주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글쎄. 아닌 것 같다.

그럼 나는 지금의 소박한 삶만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이 소박한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과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여유로 나를 찾는 모험을 ‘지금’ 떠나면 되는 것인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것을 더 장만하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바로 먹고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라고 말했을 것 같다.

그런데 미래를 대비해서 생활필수품을 더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실제로 다치거나 병에 걸려서 생활필수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먼저 내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서 내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마련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처한다면, 남의 도움을 받아들일 만큼 넓은 마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 보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것을 더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말자. 기꺼이 도움을 받자. 나 스스로 생활필수품을 마련할 수 없게 되면 기꺼이 도움을 받기로 하자.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을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여러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으며, 그것은 훨씬 불명예스러운 일인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9p

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이처럼 여러분은 병들 때를 대비하여 돈을 벌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중략)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를 한 결과 끝내 여러분은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

  1. 미래의 병에 대비해 돈을 모으려 함
  2. 이를 위해 과도한 노동을 함
  3.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현재의 건강을 해침
  4. 모아둔 돈을 현재의 건강 회복에 씀
  5. 다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무리한 노동을 함

소로는 이런 모순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단순하지만 근본적이다. ‘현재의 건강과 웰빙을 지키는 것이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나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미래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얼마나 대비를 해야 하지?

“생활비를 버느라 자기의 모든 시간을 다 빼앗겨 버리는 사람들, (중략) 안정된 전문직의 닦인 가도를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 더 이상 젋지 않은 젋은이들, 이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현재 나의 위치에서는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나이와 성별을 망라한 이들 늙고 병들고 겁 많은 사람들은 질병과 불의의 사고와 죽음에 대해서만 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인생은 위험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그러나 위험에 대해서 생각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겠는가?) 그리고 신중한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마을의 의사인 B씨가 바로 달려올 수 있는 안전한 지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략) 내 말의 요지는, 사람은 살아있는 한 늘 죽음의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중략) 앉아있는 사람이나 달리는 사람이나 위험의 정도는 똑같은 것이다.”

사실 대비를 해도 대비가 안 되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사망을 대비해야 하는가? 제명에 죽는 것을 제외한 모든 예기치 못한 죽음을 대비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보험을 드는 것일까? 보험을 든다고 사망을 대비할 수 있을까? 사망을 대비한다기 보다는 경제적으로 손해를 덜 보기 위한 대비가 아닌가. 그렇다면 사망을 대비할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 또는 경제적 위기로 인해 생활필수품을 온전히 마련할 수 없는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타인의 도움을 받을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 또는 경제적 위기에도 지금의 소비 수준을 영위할 수 있기 위한 대비를 하는 것 아닌가. 소로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사치를 유지하기 위한 대비 아닌가. 이것은 소로가 애처롭게 외친 도구의 도구가 된 사람이 아닌가.

잠언 6장 6절과 7절 그리고 8절에서도 스스로 여름 동안 양식을 마련하고, 추수 때에 먹이를 모아두는 개미를 보고 배우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했던 말, "이처럼 여러분은 병들 때를 대비하여 돈을 벌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중략)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를 한 결과 끝내 여러분은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라는 말과 상충되지 않는가? 아니다. 상충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소로도 저장고를 마련해서 식량을 저장해 놓고 먹었다. 그리고 소로는 항상 일을 명확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오히려 잠언에 꼭 맞게 생활했다.

보자면, 미래를 대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닌 것 같다. 과도한 준비와 물질적 집착을 경계한 것 같다. 소로도 잠언이 말한 것처럼 오히려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게으름을 경계한 게 아닐까. “당신은 인생을 빈둥거리며 보내지 않도록 보호받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맞는 것 같다.

“당신은 인생을 빈둥거리며 보내지 않도록 보호받게 된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9p

그렇게 보자니 지금 나의 직장 생활이 꽤나 만족스러워졌다. 현재 내 직장은 내가 생활필수품을 넉넉히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준다. 그리고 생활필수품을 마련하고도 돈이 남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딱 생활필수품만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벌겠다고 근무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직장에 가도 비슷한 정도의 시간 동안 일하지 않을까. 불확실한 미래에도 지금의 사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더 벌려고 애쓰지는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는 책을 읽고 사색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을 통해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는 것 같다. “그대가 주체가 되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해나가되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세심하고 꼼꼼하고 명확하게 하라. 신의 뜻만 남겨 놓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하라. 동시에 내 안에 감추어진 진실과 잊고 있던 나의 본질을 찾아 떠나라. 그대가 던진 질문에 대한 응답을 책에서 찾아라. 선배들이 그대에게 방향을 말해줄 것이라고 믿어라. 그대만의 북극성을 발견한다면, 이제 그대는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아내야 한다. 용기를 내라. 맑은 눈을 가진 청년이여!”

못을 완전히 다 박고 그 끝을 성심껏 구부려 밤중에 혹시 잠을 깨더라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라. 그 일을 위해 詩의 신을 불러도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그 일에, 오직 그런 일에 신은 당신을 도울 것이다. 당신이 주체가 되어 일을 해나가되, 박는 못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기계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대갈못이 되도록 하라.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60p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여기에는 맑은 눈과 굳건한 용기가 필요하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5p
진실로 바라건데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5p
자기 내부의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하게 되는 태도를, 그것이 어떠한 것이건 간에 견지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6p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8p

사실 얼마 뒤에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떠올랐던 것들을 보자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정리하고 계절을 품은 세상의 표면을 정리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를 정리하고 알아내고 싶었다. 소로가 ‘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 원했’던 것과 어느 정도 닮은 것 같다. 나는 시간을 단축시켰고 소로는 삶의 필수품을 단축시켰다. 그리고 나는 단축된 시간 동안 정리한 것들을 알리고 싶었고, 소로는 삶의 필수품을 압축해야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고 엄격하게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했다. 수풀을 폭 넓게 잘라내고 잡초들을 베어내어 인생을 구석으로 몰고 간 다음에,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압축시켜서 그 결과 인생이 비천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비천성의 적나라한 전부를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며, 만약 인생이 숭고한 것이라면 그 숭고성을 스스로 체험하여 다음번의 여행 때 그에 대한 참다운 보고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48p

내가 머물렀 던 곳에 가서 그곳의 기억과 감정을 정리해야 하나... 내가 지나다녔던 곳을 방문해서 그곳의 기억과 감정을 정리해야 하나...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곳을 방문해서 그 계절의 기억과 감정을 정리해야 하나... 그러고서 남들에게 알려야 하나... 그러고서 남들에게 질문해야 하나... 그러면 나도 숲 속 호수, 월든을 떠날 수 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의 1년의 시간을 책에 적었고 그 다음의 1년은 이전의 1년과 동일하다며 적지 않았다. 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사색했던 '죽음을 가정하고 생각해보기' 중에서 '4년 뒤에 죽는다면'이라는 가정까지만 생각이 미쳤던 것도 이와 비슷할까. 8년을 더 산다고 해도 결국 4년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는 생각하지 못 한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 4년을 살아보아야만 그 다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이 멈추게 된 걸까. 모르겠다.

결국 나도 죽기 전에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진실을 아는 것이 삶을 깊게 사는 것이고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는 것이 아니었을까. 진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온 흔적들을 조사하고 탐구하고 정리해야 할까. 나의 감정들과 기억들을 하나로 모아 요약하면 될까.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을 탐구해야 알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 같은 세상을 보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나와 다른 감정을 느끼는지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면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면 알 수 있을까. 계절로 대표하는 세상의 표면과 그에 대한 나의 반응과 사람들의 반응을 탐구하고 이해하면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와 같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면 알 수 있을까.

✍️ 마무리 생각

어떻게 해야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의 내면을 탐험할 수 있을까.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 알 수 있을까. 맑은 눈과 용기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과거의 지혜를 내 삶에 적용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건가. 나와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내가 발견한 진실대로 살아가라는 건가.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여기에는 맑은 눈과 굳건한 용기가 필요하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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