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L.N. 톨스토이
- 출판
- 현대지성
- 출판일
- 2021.02.05
📚 이 책을 고른 이유
우연히 마주쳤다. 그런데 제목이 지금 딱 나에게 맞는 질문이 아닌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톨스토이는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산다고 말하는 것일까!
💫 인상 깊은 구절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으로 있을 때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 마음에 있는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고아들은 자신을 챙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낯선 여인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랑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29 page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으셨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협력하며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들 자신과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심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30 page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그 안에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30 page
두 노인
하나님께서는 세상 사는 동안 죽을 때까지 각 사람에게 사랑과 선행으로 하나님께 경의를 표하도록 명하셨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66 page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그리고 페이지의 아래쪽을 또 읽었다.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아브제이치는 꿈이 거짓이 아니었고, 바로 그날 구원자가 그에게 오셨으며, 자신이 구원자를 대접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42 page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불은 초반에 꺼야 한다는 노인의 명령과 하나님의 지시를 기억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나쁜 짓을 하면, 복수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해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나쁜 말을 하면 더 악하게 대답하기보다는 나쁜 말을 하지 않도록 가르치려고 애썼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81 page
촛불
그렇게 해서 농부들은 하나님의 힘이 악에서가 아니라, 선에서 나타남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92 page
대자
대자는 아낙이 걸레를 빨고 나서야 탁자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자신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마음을 닦은 후에야 다른 이의 마음을 씻어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10 page
대자는 바퀴테 만드는 사람들이 받침대를 고정시킨 후에야 바퀴테를 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하나님께 고정시키자, 불순종하는 마음이 순종으로 돌아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11 page
대자는 불이 활활 타오르자, 농부들의 젖은 장작이 타오른 것이 기억났다. 그의 마음에 불이 일자,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불이 일었던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11 page
이반
다만 그의 왕국에서는 지켜야 할 풍습이 하나 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은 식탁에 앉고, 없는 사람은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38 page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빠홈은 정확하게 머리에서 다리까지 들어갈 수 있는 2미터가량의 무덤에 묻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52 page
노동과 죽음과 질병
노동이 어떤 이에게는 허수아비가 되거나 또 다른 이에게는 강제노역이 되어선 안 되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 함께하는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함을 겨우 몇 사람이 깨닫게 되었다. 각 사람을 매순간 위협하는 죽음 앞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자에게 주어진 매년, 매월, 매시간, 매순간을 사랑과 화목 가운데 기쁘게 보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들의 병은 서로 나누어지는 이유가 아니라, 반대로 서로 사랑 안에서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55 page
세 가지 질문
"그러니 기억하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에만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인데,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네. 우리는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살아가도록 보냄을 받았기 때문이라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60 page
💭 나의 사색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톨스토이가 했던 얘기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사랑, 선행, 호의, 바보가 떠오른다. 고아를 거두어 키운 과부의 사랑, 죽어가는 가족을 뿌리칠 수 없었던 노인의 선행, 추위를 잠깐 피하게 하고 가난해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했던 자식을 잃은 제화공의 호의, 힘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부도 아니고 그냥 일해서 먹고 살기만 하면 되었던 바보 이반.
그리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삶, 악에 선으로 대응하는 삶, 내 눈의 대들보를 보지 못하는 삶, 탐욕의 끝이 기억난다. 부당함을 감사함으로 버텼던 농부와 부당한 것을 정당한 것이라고 여겼던 배가 뚫려 죽은 관리인, 서로 탓만 하며 싸우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두 가정, 목숨 바꿔 많은 땅을 차지하려다가 이 미터 남짓의 무덤에 누운 농부가 생각한다.
그리고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깨달음들이 기억난다. 대자를 통해 말했던 세 가지의 깨달음, 노동과 죽음과 질병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과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정말 재밌는 것은 이전에 읽었던 책의 저자들이 했던 말이 이 책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특히, 톨스토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던졌던 질문, 즉 이반 일리치가 죽음 앞에서 깨달은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이란 무엇인가를 이 책을 통해 대답한 것 같았다.
각 사람을 매순간 위협하는 죽음 앞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자에게 주어진 매년, 매월, 매시간, 매순간을 사랑과 화목 가운데 기쁘게 보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55 page
이 책의 전반에 깔려 있는 주인공들의 삶은 다양했다. 가난, 비극, 평범, 부유, 부당함이 있었고 모두가 오랫동안 사실은 평생 일을 했다. 또 재밌는 것은 '세 가지 질문' 이야기에서 인상깊은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은 에픽테토스가 엥케리디온에서 말했던 '통제'와 상당히 비슷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신경을 끄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이 다시 한번 내게 와닿았다. 심지어 에픽테토스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가 같이 말하니깐 더 와닿았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에만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 홍대화 옮김; 160 page
몽테뉴도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의 수상록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모습과 톨스토이가 말하는 삶의 모습이 닮아있다. 그리고 몽테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독단주의의 한계를 꼬집었다면, 톨스토이가 보여준 10개의 삶에는 아예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조적 활동이 나오지 않는다. 절대적 진리, 영원 불변한 진리를 탐구하는 삶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행하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미덕과 실천적 지혜를 통한 행위를 인간에게 고유한 기능이며 차상위의 좋음이라고 했다. 몽테뉴도 동의했고, 톨스토이는 그것을 기독교적 미덕과 실천적 이야기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신적인 행동을 할 때 신이 우리를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신적인 행동은 관조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절대적 진리를 탐구하고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신이 가장 기뻐할 행동이라고 했다. 관조적 활동은 육체에 적은 것을 요구하기에 자족적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톨스토이가 본다면, 아주 틀린 것이라고 비난했을 것 같다.
신은 사람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신은 사람이 절대적 진리를 탐구하고 인식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신은 사람이 협동하고 서로 돕고 호의를 베풀고 타인의 안녕을 바라며 나의 유익만큼 타인의 유익을 구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람이 스스로 일해서 자족하는 것을 원하지만, 그 자족의 가치를 개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에 두지 않는 것 같다.
✍️ 마무리 생각
아리스토텔레스와 몽테뉴와 톨스토이가 테이블에 앉아서 삶에 대해 토론한다면 이러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 : 사람에게 좋은 것은 사람에게 고유한 것을 행하는 것이오. 사람에게 고유한 것은 이성으로, 이성을 통해 불변의 진리를 직관적으로 의식하고 학문적으로 인지하는 행위가 가장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이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은 사람이 그 불변의 진리를 의식하고 인지함으로써 이성이 올바르게 되고, 그 바른 이성을 통해 올바른 도덕적 지향점을 설정하고 실천적 지혜로 그 상태를 만들어 나가며 사는 것이오.
몽테뉴 :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소. 이성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은 오만이오. 인간의 이성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오. 그런 이성으로 불변의 진리를 직관적으로 의식하고 학문적으로 인지하는 것을 불가능하오. 우리는 그 한계를 받아들여야 하오. 우리가 진리라고 여기는 것이 오류일 수도 있음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하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오. 우리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불변의 진리라는 허상을 쫓는 것에 허송세월 하지 말아야 하오. 그렇게 살 바에 차라리 무지함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옳소.
톨스토이 : 나도 몽테뉴의 말에 동의하오. 사람은 신의 뜻을 이 땅에서 실현시키며 살아가야 하오. 스스로의 힘으로 자족할 수 있다면 열심히 노동하여 먹고 마셔야 하오. 나 스스로 자족하듯 타인도 스스로 자족할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야 하오. 그들이 목 마른 상태에 있고 우리에게 마실 물이 있다면 그들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하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우리는 선으로 참아야 하오. 참 바보 같은 삶이라 보여도 그것이 참된 삶이오.
아리스토텔레스: 그것은 나도 동의하오. 하지만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그것을 아는 것은 이성을 통해서가 아니면 어찌 가능하단 말이오?
몽테뉴: 허나 당신이 말하는 그 '앎'이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앎이겠소? 우리가 선이라 여기는 것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지 않소? 진정한 선이 무엇인지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소.
톨스토이: 두 분 모두의 말씀에 일리가 있소. 하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돕는 것이오. 그것이 진정한 선이 아니겠소? 복잡한 철학적 논변보다는 단순하지만 실천적인 사랑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세 철학자의 관점은 각각 인간 이성의 힘을 신뢰하는 고대 그리스적 관점(아리스토텔레스), 르네상스 시대의 회의주의와 인문주의(몽테뉴), 그리고 19세기 러시아의 영성과 도덕적 이상주의(톨스토이)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에서 왔음에도,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고민과 성찰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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