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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도 저녁으로도 완벽하다.
돼지 등뼈를 해장국이나 감자탕으로만 먹어봤지, 찜으로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돼지의 등뼈가 나에게 경탄을 선물해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돼지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온갖 더러운 것들은 사라졌다. 손끝에 스치는 바람을 다시 잡아낼 수 없는 것처럼 잡내는 그렇게 사라졌다. 오랜시간 뜨거운 물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거쳤으리라.
잠언에 이런 말이 있다.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
뜨거운 불은 돼지 뼈를 연단해서 숯불뼈찜으로 환골탈태를 이루어 낸다.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에 버무려진 콩나물은 헤라클레스가 뽑아낸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환생한 것일까? 씹는 내내 입안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는 것이 가히 메두사의 눈빛이라 할 만 하다.
사진으로 볼 수 없지만, '숯불' 뼈짐이라 불리우는 까닭은 '불향' 때문이리라. 이제 막 뜨거운 물의 연단을 견뎌낸 돼지 등뼈는, 또 다시 숯불의 연단을 받아내야 한다.
입안 가득 퍼지다 코끝으로 이어지는 숯불향의 행진을 맛 본 적 있는가. 그 어떤 퍼레이드 보다 숯불향의 행진은 숭고하게 맛있다. 그 모든 연단을 이껴낸 당찬 행진이기 때문이다.
자, 어서 나의 입안 곳곳을 헤집어 놓아라! 치아 사이사이를 너의 살집으로 희롱하여라! 성화를 봉송하듯 어서 숯불향을 높이 들고 달려가거라! 나의 코끝으로 달려오너라!
연단을 받는 모든 것들에 축복을!
연단을 받는 당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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