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알베르 카뮈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9.09.02
📚 이 책을 고른 이유
고전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가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계속해서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말고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방인과 페스트를 두고 고민을 했다. 물론 둘 다 읽을 생각이긴 하다. 그래도 빨리 완독하고 싶은 생각에 두 책 중에서 더 짧은 분량인 '이방인'을 선택했다.
이반인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뫼르소가 여자친구인 마리를 바라보거나 생각할 때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다.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꽤나 많이 묘사하는데, 카뮈의 취향이 반영된 듯 한다. 그리고 소설 전반에 깔린 주인공 뫼르소의 '무관심'한 태도도 인상적이다. 알베르 카뮈 본인은 투영하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실존과 부조리 그리고 반항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설로 풀어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내가 카뮈의 철학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소설을 통해 카뮈가 말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잡아내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좀더 많은 텍스트와 도움으로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 인상 깊은 구절들
아직도 그날(장례식)에 대한 몇 가지 장면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중략) 그리고 또 생각나는 건, (중략) 마침내 버스가 알제의 불빛 속으로 들어섰을 때 드디어 잠자리에 누워 열두 시간 동안 잘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느꼈던 기쁨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나는 생각했다. 오늘도 여전히 길고 지루한 일요일이었고, 이제 엄마는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일하러 갈 거고, 결국 달라진 건 하나도없다고.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그는 지금 당장 그 편지를 써달라고 하면 성가신 부탁을 하는 거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자루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하여 둔탁한 폭음과 함께 모든 게 시작되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나는 꼼짝하지 않는 그 육신을 향해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은 보이지 않게 몸속에 깊숙이
박혔다. 그건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았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 나의 사색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주인공의 어머니의 장례로 시작하고 주인공인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으로 끝난다. 2부는 주인공이 받는 재판 과정을 그린다. 이 커다란 두 사건과 그 사건 사이에 존재한 채 두 사건을 이어주는 이야기로 카뮈의 사상을 조금 맛 본 느낌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뫼르소가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화를 받은 뫼르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슬픈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처럼 태연하게 이별을 받아들인다. 회사에 이틀의 휴가를 내고 고인이 된 어머니가 계신 양로원으로 향한다.
뫼르소의 벌이가 충분치 않았던 터라 오래 전부터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셨다. 오랫동안 떨어저 지낸 사이라서 그런지 주인공의 태연한 태도에서 슬픔을 느낄 수 없다. 관이 이미 닫혔고 못으로 뚜껑을 고정한 상태였다. 뫼르소는 못을 뽑는 수고까지 해가면서 굳이 어머니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관이 땅에 완전히 묻힐 때까지도 고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저 장례 절차를 '해야만 하는' 의례로 여기며 그 자리에 존재하기만 했다. 장례 절차 동안 밤샘을 했기 때문에 뫼르소는 몹시 피곤했다. 그래서 장례의 막바지에는 어서 침대에 가 누워 자고싶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한다.
장례가 끝난 다음 날에 평소의 생활을 영위했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의 삻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평소처럼 해변으로 가 수영을 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옛 직장 동료 '마리'와 마주쳤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날, 두 사람은 같이 수영을 하다가 영화를 봤고 함께 밤을 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평소처럼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일상을 보내던 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레몽'과 친해진다. 레몽은 포주였지만 스스로를 '창고지기'로 소개했다. 뫼르소는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 레몽은 자신을 배신한 아랍인 여자친구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뫼르소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미 레몽이 그 여자친구를 때렸고 그 여자친구의 친오빠와도 싸운 참이어서 그가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레몽은 뫼르소에게 자기 대신에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 편지를 읽은 여자친구가 레몽의 집으로 스스로 올 수 있도록. 뫼르소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를 돕는다. 그리고 얼마 후 레몽의 집으로 그의 아랍인 여자친구가 찾아왔고 레몽은 다시 그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가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 경찰이 왔고 그 날의 소동은 멈췄다.
다시 또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차에 레몽은 뫼르소와 뫼르소의 여자친구 '마리'를 자신의 친구 '마송'의 별장으로 초대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 레몽과 뫼르소 그리고 마리는 '마송'의 별장이 있는 어느 해변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레몽의 아랍인 여자친구의 친오빠 패거리가 그들을 미행한다.
마송의 별장에 도착한 주인공 무리는 행복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해변과 햇살, 바다와 수영, 모레와 키스 그리고 맛있는 식사와 대화가 그 시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했던 말이 있다. '아주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 뫼르소와 레몽 그리고 마송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해변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 앞에 아랍인 남자 셋이 보였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싸웠다. 주먹이 얼굴로 날아갔고 얼굴은 바닥에 꽂혔다. 칼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갔고 피가 흘렀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서로 경계를 하다 아랍인들이 도망쳤다. 세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고 다친 레몽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화가 삭혀지지 않은 레몽은 별장을 박차고 나갔고 뫼르소는 그 뒤를 따랐다.
해변에서 아까 싸웠던 아랍인 세 명 중 두 명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레몽은 가슴에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쏠까?' 뫼르소는 아랍인이 칼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쏘면 안 된다고 답하면서 자기에게 권총을 맡길 것을 요구한다. 레몽이 뫼르소에게 권총을 건냈고, 이번에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랍인들은 다시 도망갔다.
레몽은 별장으로 돌아갔고 뫼르소는 혼자 해변을 산책했다. 정오의 햇빛이 너무 강렬해 땀이 나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샘을 발견해서 그곳으로 가 햇빛을 피하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아랍인 한 명이 혼자 누워있었다. 뫼르소는 권총을 꺼내들었고, 아랍인은 칼을 꺼내 잡았다.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되었고, 잠시 뒤 네 발의 총알이 더 발사되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몽이 자신의 아랍인 여자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복수를 하겠다는 걸 '그냥' 도운 뫼르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뒤로 돌아서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자기와는 사실상 관련이 없는 아랍인을 총으로 쏴서 '죽인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랍인을 총으로 쏜 이유는 '햇빛' 때문이었다.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카뮈는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 것일까.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읽는 내내 뫼르소가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덕적 판단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안다. 사람들의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보며 잔잔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성욕에 솔직하다.
주관적으로, 뫼르소가 '무관심'의 상징이며, 카뮈가 뫼르소를 통해 『시지프 신화』에서 말했던 '자연' 또는 '세계'가 가지고 있는 '무심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 마무리 생각
2부를 읽지 않으면 1부에서 카뮈가 묘사한 '뫼르소'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카뮈는 부조리와 반항을 소설로 표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삶을 탐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찾는 여정에서 '이건 뭐지?'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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