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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INSPIRATION (마음의 꾸준함)/오늘의 독서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는 걸 포기한 건 아냐!"

by S.P 2025. 3. 3.

📕 도서 정보

 
톰 소여의 모험
버린 목가적인 소박한 시절과 장면을 그린 전원시다. 트웨인은 그 사라진 목가적 낙원을 상상 속에서 세인트피터스버그라는 시골 마을에 설정한다. 그의 또 다른 명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보다는 구성 면에서 규모가 조금 작지만, 《톰 소여의 모험》은 어린이들의 환상과 어른들의 향수를 적절하게 자극하며 탁월하게 묘사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와 바람에도, 후대 문학평론가와 영문학자들 가운데는 이 작품을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밝고 자유로운 세계
저자
마크 트웨인
출판
문예출판사
출판일
2025.02.20

 

📚 책과 저자

마크 트웨인(본명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 1835-1910)은 미국의 위대한 작가이자 유머리스트로, 미시시피강 유역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유명합니다. 그는 선박 조종사, 광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으며,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독특한 방언 사용, 재치 있는 유머로 미국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미시시피강 선원들이 사용하던 용어로, 안전한 수심을 뜻하는 '2길(mark twain)'에서 따온 것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1876)은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고향 마을인 미주리주 하니발의 모습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세기 미국 중서부 소도시의 생활상과 소년들의 모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장난꾸러기 소년 톰 소여가 경험하는 다양한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당시 미국 사회의 관습, 인종 문제, 종교적 위선 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으로 어른들의 복잡한 세계를 보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후속작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함께 미국 소설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주요 주제>

  • 성장과 모험: 톰의 다양한 모험은 그의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 사회적 규범과 자유: 허클베리 핀의 자유로운 생활은 당시 사회의 규범적 삶과 대비됩니다.
  • 도덕적 양심: 톰이 메프 포터를 위해 증언하는 장면은 그의 도덕적 성장을 보여줍니다.
  • 미신과 종교: 소설 전반에 걸쳐 당시 사회의 미신적 믿음과 종교적 관습이 묘사됩니다.

 

📖 내용 요약

1부: 학교와 마을 생활

이야기는 폴리 이모가 톰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집안을 뒤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톰은 잼을 훔쳐 먹은 혐의로 이모에게 걸리고, 토요일에 울타리 페인트칠을 하는 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톰은 영리하게 친구들을 설득해 이 일이 특권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친구들이 대신 일하게 만들고 오히려 선물까지 받습니다.

학교에서 톰은 새로 전학 온 베키 대처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그는 베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고, 결국 그녀와 약혼을 합니다. 하지만 톰이 과거에 에이미 로렌스와도 약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베키는 톰에게 실망합니다.

2부: 묘지 사건과 증언

어느 밤, 톰과 허클베리 핀은 죽은 고양이를 묘지에 가져가 사마귀를 치료하는 미신적인 의식을 행하려 합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인젝 조, 메프 포터, 닥터 로빈슨 사이의 시체 도굴 사건을 목격합니다. 세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고, 인젝 조가 닥터 로빈슨을 살해한 뒤 메프 포터에게 그 죄를 덮어씌웁니다.

톰과 허크는, 인젝 조의 보복이 두려워 이 일에 대해 "인디언 조 살인 방지 서약"을 맺고 침묵을 지킵니다. 메프 포터는 살인 혐의로 체포됩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톰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결국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합니다. 인젝 조는 증언 도중 창문을 통해 도망칩니다.

3부: 섬에서의 모험

톰과 조 하퍼, 허클베리 핀은 해적이 되기 위해 가출하여 미시시피강 중간에 있는 잭슨 섬에서 며칠을 보냅니다. 그들은 수영, 낚시, 사냥을 하며 자유롭게 지내지만, 곧 향수병에 걸립니다. 톰은 몰래 마을로 돌아가 자신의 상황을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 익사했다고 생각하고 장례식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 소년은 자신들의 장례식 날에 교회에 나타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영웅이 됩니다. 이후 톰은 베키와 화해하고 다시 친해집니다.

4부: 동굴에서의 조난

학교의 소풍 날, 톰과 베키는 맥두걸 동굴에서 탐험을 하다가 길을 잃습니다. 그들은 동굴에서 사흘 동안 갇혀 있으며, 음식과 물이 부족해져 위험한 상황에 처합니다. 더욱이 톰은 동굴에서 도망친 인젝 조와 마주치게 됩니다. 다행히 톰은 결국 출구를 찾아내고 베키와 함께 탈출에 성공합니다.

베키의 아버지는 이후 동굴 입구를 쇠문으로 봉쇄합니다. 톰은 인젝 조가 여전히 동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사람들이 동굴을 열었을 때 인젝 조는 이미 굶어 죽은 상태로 발견됩니다.

5부: 보물 발견과 결말

톰은 베키와 함께 동굴에서 탈출한 후, 허클베리 핀에게 동굴에서 인젝 조가 보물을 숨겨둔 장소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두 소년은 다시 동굴로 들어가 보물을 찾아냅니다. 그들은 금화로 가득 찬 상자를 발견하고, 이를 마을로 가져와 각자 6천 달러씩 나눠 갖게 됩니다.

더글라스 부인은 허클베리 핀을 입양하여 교육시키려 하지만, 허클베리 핀은 문명화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자유로운 생활로 돌아가려 합니다. 톰은 허크를 설득하여 더글라스 부인과 함께 살도록 하고, 나중에 그들이 함께 산적단을 결성할 것을 약속합니다.

 

💫 인상 깊은 구절들

톰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귀찮은 일을 잊어버렸다. 그의 고민거리가 어른들이 겪는 일보다 조금이라도 덜 우울하거나 덜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새로 재미있는 일이 생겨 먼저 일어난 일들을 잠시 그의 머릿속에서 밀어내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어른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흥분된 기분에 이전의 불운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다. 지금 톰에게 새로운 흥밋거리란 휘파람을 부는 소중한 새 경험이었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여름을 맞은 세계는 온통 밝고 신선하며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모두의 가슴속에는 노래가 있었고, 젊은이의 가슴에서는 그 노래가 입술을 통해 흘러나왔다. 얼굴마다 웃음이 감돌고, 모든 발걸음에는 용수철이 달려 있었다. 개아카시아나무에는 꽃이 피어 그 향기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 마을 너머 그 위쪽에 위치한 카디프힐은 초목으로 푸르렀다. 저 멀리 위치한 그곳은 마치 몽롱하고 평온한 것이 오라고 손짓하는 낙원처럼 보였다.
그는 얼떨결에 인간의 행동에 관한 위대한 법칙 하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법칙이란 바로 어른이건 아이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만일 톰이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일이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놀이란 의무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영국에는 여름철에 하루 일정으로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40~5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달리는 부유한 신사들이 있다. 그런 특권을 얻으려면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이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면 그것은 일이 될 테고, 그들은 곧 그 일을 그만둘 것이다.
톰은 샐쭉해서 구석에 앉아 자신의 슬픔을 음미했다. 그는 이모가 속으로는 자기에게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심술궂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모에게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고, 이모가 보내는 어떤 신호도 모르는 체할 참이었다.
톰은 병에 걸려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이모가 자기 위로 몸을 구부려 용서의 한마디를 애걸하지만 자신은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용서한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고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 그때 이모의 기분은 어떨까?
그 소녀가 자신이 물에 빠져 익사한 것을 알면 불쌍히 여겨줄까? 울면서 두 팔로 죽은 소년의 목을 감아 안고 위로해줄 권리가 자신에게 있기를 바랄까? 아니면 모든 공허한 세상처럼 소년을 향해 냉랭하게 등을 돌릴까? 이렇게 그의 상상 속 그림은 가슴을 아리게 하는 감미로운 고통이었다
메리가 톰의 책을 빼앗더니 암송해보라고 했다. 톰은 안개 속을 더듬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앞니가 빠진 틈을 통해 새롭고 기막힌 방법으로 침을 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재주를 구경하기 위해 톰의 주위에는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손가락을 칼에 베인 일로 관심과 찬사를 받아오던 아이는 이제 갑자기 모든 추종자와 함께 영광도 잃게 되었다. 그 아이의 가슴에는 멍이 들었다.
지금 세상과 등지고 홀연히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만약 이곳을 떠나 먼 곳, 그러니까 바다 너머 미지의 나라로 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베키는 어떤 심정일까!
이모는 톰을 붙잡고 어떻게 늙은 이모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이모는 말하기를, 계속 그렇게 못되게 굴어 신세를 망쳐서 이모의 희끗희끗한 머리를 슬픔과 함께 무덤으로 보내버리라고 했다. 이모가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회초리로 천 대를 맞는 것보다 더 아팠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마지막 깃털이 낙타의 등을 뭉개버리고 말았다.
그때 허클베리와 톰은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똑바로 뜬 채 이 냉혹한 거짓말쟁이가 침착하게 진술하는 것을 듣고 서 있었다. 순간순간 맑은 하늘에서 그놈의 머리 위로 벼락이 내리치기를 기대하면서 하느님이 왜 이렇게 꾸물대는 걸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인전 조는 몇 분 뒤 선서를 하고 시작한 심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조금 전에 한 진술을 침착하게 되풀이했다. 두 소년은 아직도 번개가 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조가 악마에게 자신을 팔았구나 하는 믿음을 더욱 굳혔다.
톰이 남모를 고민에서 차츰 벗어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중대 사건이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베키 새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톰은 며칠 동안 자존심과 싸우며 ‘그녀를 휘파람으로 바람에 날려버려’ 잊고 싶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톰은 밤마다 그녀의 집 주변을 어슬렁대며 비참한 기분을 맛보기 시작했다. 베키는 몸이 아팠다. 베키가 죽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에 톰은 심란했다. (중략)그는 전쟁 놀이나 심지어 해적 놀이에도 흥미를 잃었다. 삶의 기쁨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지겨움만이 남았다. 굴렁쇠도 야구 방망이도 치워버렸다. 그런 것들에는 더는 기쁨이 없었다.
이제 톰은 결심을 굳혔다. 그는 우울하고 절망스러웠다. 자신은 친구도 없이 버림받은 아이라고 중얼거렸다.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희들이 나를 이런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을 알게 되면 아마 후회하겠지. 나는 올바르게 행동하고 같이 잘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저희들이 나를 못하게 한 거야. 나를 없애버려야 속이 편하다면 다들 그렇게 하라지. 그렇게 해서 일어나는 일도 다 내 탓이라고 하라 그래. 왜 안 그러겠어? 친구 하나 없는 놈이 불평할 권리라도 있나? 결국 저희들이 나를 이 모양으로 만든 거야. 그러니 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삶을 살 거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러나 조 역시 톰에게 같은 부탁을 하려고 톰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는 먹어본 적도 없고 그게 뭔지도 잘 모르는 크림을 먹었다고 어머니한테 매질을 당했던 것이다. 질려버린 어머니는 분명 자기가 집에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생각이 그렇다면 조로서는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조는 또한 어머니가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고, 아들을 무정한 세상으로 내몰아 고생하다 죽게 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을 뛰쳐나오다니,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고기를 훔친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본격적인 마음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 물고기들을 베이컨과 함께 튀겨 먹은 그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껏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물고기는 갓 잡아서 재빨리 불에 구운 것일수록 더 맛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또한 야외에서 자는 잠과 야외에서 하는 운동과 수영,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함이 최고의 반찬이라는 사실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톰은 이제 베키 새처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정했다. 명예면 충분했다. 그는 명예를 위해 살고 싶었다. 이제 톰이 유명해졌으니까 어쩌면 베키가 ‘화해’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좋아, 그렇게 해보라지. 나 톰도 다른 사람들만큼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곧 베키가 나타났지만, 톰은 그녀를 못 본 체했다.
톰은 베키 새처가 자신이 살아 돌아온 것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아니 보았다고 생각하자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톰의 생각과 달리 베키는 사실 신경을 쓰고 있었다. 베키는 이 싸움에서 자신이 이기고 있음을 알았다. 또한 아까 자신이 고통받은 것처럼 그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톰이 나무껍질에 쓴 글을 읽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이 애가 설사 백만 가지 죄를 짓는다 해도 나는 용서할 수 있어!
톰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결국 그 일을 하고 싶어 못 견디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이었다.
까짓것 할 수 있다는 그 간단한 사실이 하고 싶다는 욕망과 매력을 앗아갔던 것이다.
희망이란 것은 나이를 먹고 실패에 익숙해져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오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톰과 헉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다가와 그들을 칭찬하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기억하는 한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들의 말이 그렇게 존중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하나같이 존중하고 되풀이했다. 두 소년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모두 특별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두 소년은 평범한 말이나 일상적인 행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과거 행적까지 들추어내서는 그것을 탁월한 독창성의 표시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마을 신문은 두 소년의 전기적인 기사를 실었다.
톰, 그 얘기는 그만둬. 노력했지만 잘 안 돼. 그런 생활은 내게 맞지 않아. 익숙하지가 않다고. 과부댁은 나에게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난 그런 생활을 견딜 수가 없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세수를 한 뒤에는 빗질을 해대는데 머리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니까. 과부댁은 장작 헛간에서 잠도 못 자게 해. 금방이라도 질식시킬 그 빌어먹을 옷을 입어야 한다고. 톰, 공기도 통하지 않는 것 같은 옷 말야. 좋기는 우라지게 좋아서 땅바닥에 주저앉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뒹굴지도 못한단 말이지. 지하실 문짝 위에서 미끄럼 탄 지가 몇 년은 지난 것 같아. 교회에 가서 땀이나 빼야 하고, 그 입에 발린 설교들, 난 증오해! 파리도 마음대로 잡을 수 없고, 뭘 우적우적 씹을 수도 없고, 일요일 진종일 구두를 신어야 하고. 과부댁은 종이 울리면 식사하고, 종이 울리면 잠자리에 들고, 종이 울리면 일어난다 이거야. 모든 것이 다 지독하게 규칙적이어서 정말 견딜 수가 없어.” “헉,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어.”
톰, 남들이 그러는 것은 나랑 상관없어. 나는 남들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그렇게 얽매여 사는 건 정말 끔찍해. 먹을거리가 너무 쉽게 얻어지니까 도무지 맛이 없어. 낚시질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헤엄치러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해. 허락받을 필요 없이 뭐든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겠어. 그리고 얌전한 말만 해야 하니까 조금도 편치 않아. 그래서 나는 매일 다락방에 올라가 얼마 동안 실컷 욕을 퍼부어야만 입맛이 돌아. 안 그랬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야, 톰. 과부댁은 담배도 못 피게 하고 소리도 못 지르게 해. 사람들 앞에선 하품도 못하고 기지개도 못 켜고 가려워도 긁지도 못한다니까. (그러고는 특히 화가 나고 억울함을 당한 어조로) 게다가 빌어먹을! 과부댁 아줌마는 늘 기도를 한다니까! 그런 여잔 처음이야! 톰, 그러니 도망칠 수밖에, 그럴 수밖에 없었어. 게다가 곧 개학하니 나도 학교에 가야 할 거 아냐. 정말이지 그건 참을 수 없을 거야, 톰. 이봐, 톰, 부자가 된다는 게 남들이 떠들어대듯 그리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 걱정에 또 걱정, 진땀에 또 진땀,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도록 만드는 거야. 나는 이 누더기 옷이 편하고 이 나무통 속에 누워 있는 게 편해. 나는 이런 생활을 다시는 버리고 싶지 않아. 톰, 그 돈만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 이제 네가 내 몫도 다 가져. 나한테 어쩌다가 가끔 10센트짜리 동전 한 닢씩만 주면 돼. 그것도 자주 줄 필요는 없어. 나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 그러니까 네가 과부댁에게 가서 내 대신 잘 좀 말해줘.” “헉, 이봐, 내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그건 공평하지 못해. 그리고 좀 더 참아보면 너도 그런 생활을 좋아하게 될 거야.” “좋아하게 된다고! 그건 뜨거운 난로 위에 오래 앉아 있으면 그 난로가 좋아진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야. 아냐, 톰, 난 부자도 싫고 그런 숨 막히는 집에서 살고 싶지도 않아. 나는 숲과 강과 나무통이 좋아. 나는 그것들과 떨어지지 않을 거야. 에이, 빌어먹을! 우리에겐 총도 있고 동굴도 있고, 산적 노릇 할 준비를 죄다 갖추었는데 이런 귀찮은 일이 생겨서 모든 걸 망치다니
톰은 기회를 잡았다. “이봐, 헉,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는 걸 포기한 건 아냐.”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는 걸 포기한 건 아냐
DALL-E,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는 걸 포기한 건 아냐

💭 나의 사색

8장까지 읽고 나서야 왜 책의 제목에 ‘모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우리는 모두 모험가였다. 상상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도로는 바다가 되었고 산은 높은 성채가 되었다. 가볍게 쥔 주먹에는 커다란 칼이 들려있었고 허공에 날린 화살은 손살같이 날아가 무형의 적을 쓰려뜨렸다. 톰 소여는 상상의 모험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무대이고 그곳에서 그가 상상하는 모든 모험을 거리낌 없이 시작했다. 

호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구나. 불 같이 일어나는 사랑으로 설레고 아파하고 질투하였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준 상처가 슬퍼 그들이 후회하길 바라는 음흉한 상상으로 성스러운 쾌락을 탐닉했구나. 보잘 것 없는 것들로 부유했고 쓸모 없는 것들을 이곳 저곳에서 잘도 사용했었구나.

그 작은 책상 위에서 옅지만 진한 설렘을 가지고 놀았었구나!

마크트웨인이 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성인들이 그들의 어릴 적 소중한 때를 추억하게 하는 책이다. 마크트웨인은 <나는 주로 소년 소녀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성인들에게 외면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때 자신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이야기했는지… 성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회상>하기를 바랐다.

실로 이 책은 나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했다. 잊고 있던 추억들과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조금씩 피어올랐다. 이제는 내 가슴 속에서 완전히 뽑혀 시들어 바스라졌을지도 몰랐던 것들이 아직도 그 작은 몸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폐허의 잔해 속에서 찾아낸 작고 조그만 새싹 마냥 그렇게 예쁘고 열심히 버티고 있었다.

장면과 분위기를 묘사하는 장면이 참으로 탁월하다. <모든 발걸음에는 용수철이 달려 있었다. 개아카시아나무에는 꽃이 피어 그 향기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 마을 너머 그 위쪽에 위치한 카디프힐은 초목으로 푸르렀다.>는 문장은 비록 여름을 묘사한 것이지만 나에게 봄날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떠오르게 했다. 모든 발걸음에 용수철이 달려 있다는 묘사는 기가막히다. 마을 골목 곧곧을 달리며 누볐던 나의 어린 시절이 눈에 어른거린다.

베키 데처를 좋아하게 되면서 겪는 감정들도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베키를 처음 본 장면에서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묘기를 보이던 모습, 짝사랑을 시작하면서 밤하늘 아래 혼자 앉아 이런저런 상상으로 가슴앓이 하는 장면, 사랑한다고 고백하기 전의 투닥거리던 모습, 고백하고 느껴지던 창피하면서도 수줍었던 낯뜨거움, 질투와 다툼, 토라짐과 삐뚤어진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다. 아리면서 감미로운 고통이 달콤했다.

부모님이 자기를 억울하게 혼내어 집을 나간 조, 이모와 베키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기 바라면서 집을 나간 톰,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 둘을 따라나간 허클베리 핀. 세 사람이 해적이 되어 섬에 머물며 즐겼던 시간들. 감출 수 없었던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이 느껴진다.

살인 사건을 목격했던 장면과 목격자로 진실을 진술하던 법정 장면과 살인자를 뒤쫓던 밤길에도 나는 같이 있던 것 마냥 심취했다. 베키와 톰이 동굴에 갖혀 있을 때에는 내가 갖힌 것 마냥 숨이 막혀왔다. 톰이 동굴 끝에서 밖과 이어진 통로를 발견했을 때는 다시 숨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톰과 허클베리가 보물을 찾아냈을 때도 나는 그 자리에서 그 두 사람과 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금화를 나와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일었다. 그 많은 돈을 가지고서도 기어코 자유로운 삶이 더 좋다고 도망쳤던 허클베리를 응원한다. 톰이 잘 설득해서 결국 다시 규칙이 있는 삶에 도전하기는 했지만, 그의 영혼이 갈망하던 자유를 응원한다.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는 걸 포기한 건 아니>라고 했던 톰의 말처럼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허클베리의 자유가 박탈되어 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응원한다. 그들처럼 나의 삶도 자유롭고 풍요롭길 기원한다.

<그 물고기들을 베이컨과 함께 튀겨 먹은 그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껏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물고기는 갓 잡아서 재빨리 불에 구운 것일수록 더 맛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신비하고 아름답고 맛있는 것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창조한 하나님께 감사한다. 세상은 이토록 찬란하구나! 세상은 이토록 모르는 것 투성이에 맛있는 것 천지구나! 

 

✍️ 마무리 생각

그래 그 땐 그랬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도 하며 읽은 책이다. 호기심이 세상을 지배했도 나의 모든 것을 지휘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상상으로 도로를 바다로 만들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겨자 씨만한 믿음만 있다면 이 산을 저쪽으로 옮길 수 있다고 했듯이 나는 분명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때가 있었다. 처음 느낀 호감의 짜릿함과 절절함이 기억났다. 작은 몸짓에도 크게 반응했다. 모험은 즐거웠고 두려움 따위 어른들이 대신 해주던 때가 있었다.

다치는게 무슨 대수냐며 뛰어놀았다.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리다가도 다시 숨이 고르게 돌아오면 또 달렸다. 무릎이 아스팔트 도로에 갈려도 다시 달렸다. 아픈게 무슨 대수냐며 계속 달렸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치 에너지를 모두 나에게 쏟았다. 달리고 뛰고 소리지르고 모험하며 하루를 충만하게,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하루씩 하루를 풍만하게 먹어치우면서 컸다.

나의 풍만했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나는 다시 풍만하게 하루하루를 먹어치우겠다.

규범과 규칙의 삶을 산다고 해서 내 영혼의 자유와 본성을 포기한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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