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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INSPIRATION (마음의 꾸준함)/오늘의 독서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사람을 위해 살아보자."

by S.P 2025. 3. 1.

📕 도서 정보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익숙한 슈테판 츠바이크는 당대 최고 지식인으로, 6000만 부 이상의 책을 팔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브루노 발터 등 세계 석학들에게 큰 영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의 마지막 에세이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독일 나치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을 떠난 시절에 남긴 기록이며 지금껏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상 가장 어둡고 야만적이었던 시절에 남긴 글임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
출판
다산초당
출판일
2024.11.01

 

📚 책과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는 1881년 비엔나에서 태어나 1942년 브라질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오스트리아의 작가입니다. 그는 20세기 초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소설, 전기,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습니다. 특히 그의 심리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츠바이크의 주요 작품으로는 '마리 앙투아네트', '어제의 세계', '마젤란', '체스 이야기', '마음의 혼란'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인 "DIE KUNST, OHNE SORGEN ZU LEBEN"은 독일어로 "근심 없이 사는 기술" 또는 "걱정 없이 사는 예술"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세이 모음집으로 인생의 걱정과 근심을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한 그의 통찰을 담았습니다. 그가 말년에 겪었던 나치의 박해, 망명 생활, 그리고 세계대전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적 가치와 희망을 찾으려 했던 그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츠바이크는 1942년 2월 22일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 에세이들은 그의 마지막 사상과 감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문주의적 가치관으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내용 요약

이 책은 총 9개의 에세이를 엮은 것입니다. 츠바이크가 말년에 깨달은 통찰과 사색을 담고 있는데, 짧고 읽기 수월합니다. 특히 나치의 악이 세계를 물들이는 상황 속에서 겪은 고뇌와 답답함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1장의 제목은 <걱정 없이 사는 기술>입니다. 이 장에서는 '안톤'이라는 인물의 삶에서 얻은 통찰을 주제로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안톤은 마땅한 직업도 집도 없지만 정말로 '걱정 없이'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톤을 좋아하고 그와 친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사심 없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안톤을 처음 만난 츠바이크는 그의 낯선 행동에 당황하지만, 이내 그의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모두에게 사랑 받고 모두에게 존중 받는 안톤은 '사람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걱정'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2장은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이라는 제목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자신의 용기 없는 소심한 행동을 반성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츠바이크는 상처입은 영혼에 손을 내밀어 주지 못 한 경험을 기억하며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를 지닌다는 반성과 성찰을 얻어냅니다. 그래서 제목이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영혼을 도와주고 싶은 충동을 그대로 표현하라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3장은 <나에게 돈이란> 제목으로,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겪은 일과 돈에 대한 성찰을 그려냅니다. 돈의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화폐의 가치가 0에 수렴하는 기이한 상황에서도 기차는 붐비고 우편물은 제시간에 도착하고 빵과 음식이 만들어지며 새 생명이 잉태하고 모두가 살아나갑니다. 돈이 사라지고서 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 삶의 오랜 가치들의 진짜 '가치'를 발견합니다. 안전은 '돈'이 아니라 우리 '안'에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4장은 <센강의 낚시꾼>으로,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그 사건에 1도 관심을 주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그 인식의 변화를 서술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전쟁을 겪고 나치가 물들인 세상을 경험하고나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그런 사건에 무관심한 이유는 공감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작은 심장이 그 모든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5장의 <영원한 교훈>은 츠바이크가 '로뎅'과 만난 일화를 그려낸 장입니다. 그는 로뎅이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는 모습을 직접 체험합니다. 한 시간 하고도 삼 십분 동안 지속된 거장의 몰입은 그에게 잊지 못 할 교훈을 아로새겨 주었습니다. 수백 가지의 사소한 일에 자신의 의지를 쪼개지 말고 중요한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함을 알아챘습니다. 자신과 목표와 목적 마저 완전히 잊어버리는 완벽한 몰입의 상태를 위해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후 6장은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난 동료를 추모하는 글입니다. 내면의 풍요를 전했다는 그 동료의 글이 궁금해서 찾아보았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츠바이크는 이후 7장부터 9장에 나치가 뿌린 절망적인 상황에서 본인이 느낀 고뇌와 고통, 답답함을 절절하게 적어놓았습니다. 어두워야 비로소 보이는 별처럼, 어두운 현실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 인상 깊은 구절들

그는 어떻게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걸까? 나는 그의 비결을 알아내리라 결심했다.
나는 안톤이 가진 힘의 비밀을 곧바로 이해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했기에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 이 청년처럼 모두가 산다면, 부조리가 반복되어 ‘사회문제’가 되는 우리의 복잡한 경제 시스템도 어쩌면 해결될지 모른다.
그 중요한 순간에 그를 저버리고 만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 못된 의도가 아니었다. 가장 필요할 때 올바른 말을 못 하게 막는 것은 많은 경우 용기 부족인 것 같다.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첫 번째 충동에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은) 가장 기이한 현상은, 나를 비롯한 다른 수많은 개인의 삶은 거의 아무렇지 않게 계속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극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베를린이나 빈에서는 겉보기에 이렇다 할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돈의 실패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기차는 붐볐고, 우편물은 제시간에 도착했고, 제빵사는 빵을 굽고, 농부는 땅을 일구고, 아이들이 잉태되고 태어났으며, 모두가 예전처럼 자신의 소명, 성향, 재능대로 살아갔다. 나는 언제나처럼 열심히 일했고, 어쩌면 심지어 그 어느 때보다 더 훌륭하게 집중해서 일했던 것 같다.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했지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더욱 중요해졌다.
돈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의 진수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를 보존하고 수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나는 돈의 주인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지배자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우리의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 사방에서 벌어지더라도 일상생활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
그것은 우리가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작은 심장 하나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역사적 시대’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고, 우리의 마음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잠시 떠나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는다면, 이는 그것을 감당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선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자연은 사람들 일부가 무참히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끈기 있게 인내하며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길 요구한다. 우리가 때때로 시대에 무관심해 보인다면, 그것은 자기 피조물의 고통에 무관심한 자연의 잘못이다. 그리고 무너져 가는 세계의 폐허를 계속 노려보는 대신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명령에 순종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치 천지창조 첫날의 신처럼 홀로 창조 작업에 전념했다. 시간과 공간과 세상을 그토록 완벽하게 잊을 수 있다니, 젊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큰 충격이었다. 그 한 시간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과 성과의 궁극적 비밀을 확실히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집중이었다
너무 자주 수백 가지 사소한 일에 분산되고 쪼개지는 의지를 진정으로 원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영혼의 결단이 있어야만, 오직 그런 결단력으로만 진정으로 일할 수 있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다른 마법은 없다.
그의 작업실에 머물렀던 그 한 시간에 나는 학교에서 여러 해 동안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인간의 모든 일이 어떻게 수행되어야 선하고 유효할 수 있는지 알았다. 자기 자신과 모든 목표 및 목적을 완전히 잊고, 오직 도달할 수 없는 궁극적 목표인 완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타인을 위해 살아보자
DALL-E, 타인을 위해 살아보자

💭 나의 사색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도 그렇고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의 저자 파커 J 파머 그렇고, 어둠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사실 이 책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근심 없이 사는 기술' 또는 '걱정 없이 사는 예술'입니다. 아마 우리 말로 번역을 하면서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어둠 속에서 발견한 무언가로 정한 듯 싶습니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을 슈테판 츠바이크가 직접 지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그가 쓴 에세이들을 사후에 엮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제는 제 1장의 제목을 그대로 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이 훨씬 더 이 책의 본질을 소개하는 데 적확한 것 같습니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훌륭한 삶을 살아낸 '안톤'의 태도에서 걱정 없이 사는 방법을 깨달은 슈테판 츠바이크.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존중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을 이 책으로 옮긴 덕에 삶의 방향을 조금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진정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가장 필요할 때 공감의 말과 행동을 건낼 줄 아는 용기를 내어보자.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말을 걸거나 손을 내밀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 작은 용기가, 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많은 것을 올바르게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속에서 돈의 가치가 0에 가까워지더라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던 일상생활과 생산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진정 내가 해야할 것은 돈이라는 숫자로 값어치가 부여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내일이 와도 똑같이 할, 바로 그 일!

츠바이크가 로뎅을 만나 그의 집중하는 모습을 본 장면에서 '몰입의 즐거움'이 생각났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 로뎅은 조각을 하면서 시간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것이 부럽다. 앞 장에서 보았던 '값어치가 부여되는 게 아니라 가치가 있는' 일에 몰입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치가 정복한 세상에서 느끼는 고뇌에는 사실 그렇게까지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체감이 덜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1장에서 5장까지이다. 6장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깊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문장은, 지금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는 문장이었다. 나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나는 지금 무언가를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이제껏 헛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마무리 생각

슈테판 츠바이크가 느꼈던 걱정 없이 사는 기술을 배워볼 만 한 것 같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삶은 비록 객관적으로 부유하지 않을지언정 내면으로 풍족할 것임이 자명하다. 내면이 풍족하면 세상이 풍족하게 보일 것이다. 좋은 것을 좋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사람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사람의 슬픔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웃음을 얻을 것이다. 온 세상이 봄날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지 않은가?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은 참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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